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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농장에 지렁이는 없고 악취만 진동… “폐기물 수천톤 불법매립 의심” 파주·수원·인천·부천 하수폐기물 수만톤 고양시로

주민들 “처리능력 없이 폐기물 계속 공급받았나? 수십만 평 오염된 땅 모두 원상복구 해야”

김승호 대기자 | 기사입력 2022/06/28 [12:06]

지렁이농장에 지렁이는 없고 악취만 진동… “폐기물 수천톤 불법매립 의심” 파주·수원·인천·부천 하수폐기물 수만톤 고양시로

주민들 “처리능력 없이 폐기물 계속 공급받았나? 수십만 평 오염된 땅 모두 원상복구 해야”
김승호 대기자 | 입력 : 2022/06/28 [12:06]

▲ 파주·수원·인천·부천 하수폐기물 수만톤 고양시로주민들 “처리능력 없이 폐기물 계속 공급받았나? 수십만 평 오염된 땅 모두 원상복구 해야”  © 김승호 발행인

 

[한국다선뉴스] 김승호 기자 =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항공대 인근에서 영업 중인 ‘지렁이농장’.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슬러지(침전물)를 건조시킨 폐기물(오니)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농장으로 12년 전 사업허가를 받고 운영되고 있는데, 알고 보니 지렁이는 없고 폐기물을 쌓아두거나 불법 매립한 흔적만 확인됐다.

 

지역 주민들은 “폐기물로 인해 주변 땅이 모두 오염됐을 뿐만 아니라 악취로 인해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크다”며 “수년째 민원을 넣었지만 고양시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고 하소연했다.

 

민원을 접수받고 올해 3월 농장을 찾은 고양시 공무원들은 "하루 18톤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지렁이농장(사업장 면적 2435㎡)에서 살아있는 지렁이를 한 마리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담당 공무원은 “사업장에는 지붕 없이 맨땅에 펼쳐놓은 폐기물이 쌓여있었고 폐기물 옆으로는 새카만 침출수가 흘러나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한 “농장 비닐하우스 안의 흙(폐기물)을 뒤적여 봤는데도 지렁이는 없었다”며 “지렁이가 사멸한 상태에서 폐기물을 계속 반입한 정황이 포착됐고, 폐기물 보관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즉시 고발조치 했으며, 이후 경찰에 의해 위법사실이 확인되면서 영업정지 2개월의 처분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시 찾은 농장에서도 개선점이 보이지 않자 고양시는 최근 또다시 농장주를 경찰에 고발했다.

 

2010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곳 지렁이농장은 주로 하수처리장 슬러지를 공급받아 지렁이를 통해 퇴비로 만드는 업체다. 작년 한 해만 하더라도 전체 8867톤의 폐기물이 이 농장에 들어왔는데, 그중 대부분인 6222톤이 모두 하수처리장에서 온 슬러지였다.

 

‘하수처리 오니’라 불리는 이 폐기물은 인근 지자체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파주, 강화, 수원, 부천 등지에서 공급되고 있다. 

 

 

▲ 지렁이농장 하우스 내부 모습. 관련 공무원들은 지난 3월 하루 16톤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사업장 면적 2435㎡)의 농장에서 살아있는 지렁이를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김승호 발행인

 

23일 시·도의원 당선인들과 지역 주민들, 관계부서 공무원 등 20여 명은 현장 실태를 다시 한 번 점검하기 위해 농장을 찾았다. 농장주는 “다른 선약이 있어 현장에 갈 수 없다”라며 사업장의 문을 걸어 잠그고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민들은 지렁이농장보다 더 심각한 곳은 인근에 불법매립한 토지라며 취재진과 공무원들을 그쪽으로 안내했다. 지렁이농장 맞은편, 차로 5분여 거리의 토지는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다른 토지에 비해 봉분처럼 높게 쌓아 올린 흙 위로 옥수수 줄기가 듬성듬성 올라와 있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폐기물로 의심될 만한 검은색 흙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한 주민은 뭉쳐있는 흙더미 하나를 집어 들더니 울분이 치밀어 오른 듯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지렁이 분변토로 보이세요? 그냥 폐기물이잖아요. 하수처리장 슬러지를 그대로 땅에 매립한 겁니다. 이곳 전체가 다 불법 매립지에요. 땅을 가리기 위해 눈속임으로 대충 옥수수를 심어놨는데, 이 땅이 주변 땅보다 훨씬 높잖아요. 이런 식으로 불법 매립한 게 7~8년은 될 겁니다. 땅을 파보면 저 깊숙이까지 폐기물이 나올 겁니다.”

 

폐기물 불법매립이 의심되는 토지는 지렁이농장 사업장의 면적(2435㎡)보다 2배 이상 클 것으로 고양시는 추정하고 있다. 시는 "지렁이농장 사업자가 이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짓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 이런 식의 매립이 있었는지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시 공무원은 “지금 상태만 보더라도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고 매립한 것으로 보인다”며 “성분 분석 등이 필요하겠지만, 폐기물을 옮기는 현장을 목격하지 않은 이상 입증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은 폐기물인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해서 원상복구 명령이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들은 “폐기물이 높게 쌓이면서 주변 토지까지 오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폐기물 침출수가 주변 농지로 흘러들 게 뻔한데, 여기서 생산되는 쌀이 고양시 로컬푸드로 간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폐기물 더미에서 자란 옥수수가 어떻게 유통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루빨리 행정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당장 시 자원순환과를 중심으로 관련 부서들이 모두 모이는 대책회의를 열어 매립지에 대한 원상복구가 가능한지에 대한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사업자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토지가 오염됐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라며 “행정적으로는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대처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이 또한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해당 농장주는 “공무원들이 현장을 확인한 3월달에는 날씨가 추워서 지렁이들이 많이 죽어있었다며, 폐기물을 더 깊게 파봤다면 아마 살아있는 지렁이를 확인할 수 있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또한 “옥수수밭의 흙은 지렁이농장에서 가져와 쌓아 올린 게 맞지만 폐기물을 처리해 퇴비화한 것”이라며 “옥수수는 사료용으로 납품하기 위해 재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렁이농장 인근 수십만 평의 땅에 최근에 매립한 것으로 보이는 검은 흙이 높게 쌓여있고, 그 위로는 듬성듬성 옥수수가 자라고 있다.   © 김승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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